부모에게 돈을 받아 아파트를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냥 빌린 걸로 하고 차용증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부모가 자녀의 주택 구입자금을 도와주는 방법은 증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에게 돈을 빌리고 나중에 갚는 방법도 있습니다.
문제는 가족끼리 작성한 종이 한 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차용증을 썼다고 무조건 빌린 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부모에게 2억원을 빌렸다고 해보겠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차용증을 작성했습니다.
대여금 2억원, 상환기간 10년.
여기까지만 보면 제법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록 원금도 갚지 않고 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처음부터 실제로 갚을 생각이 있었던 돈인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달 또는 약정한 시기에 실제 상환이 이루어지고 그 흔적이 계좌에 남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족 간 금전거래에서는 차용증의 존재뿐 아니라 실제 거래가 그 내용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무이자로 빌리면 무조건 증여일까?
여기서 재미있는 숫자가 하나 등장합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무상으로 빌리거나 적정이자율보다 낮은 금리로 빌려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산된 이익이 대통령령에서 정한 1천만원 미만이면 제외합니다.
현재 적용되는 적정이자율은 **연 4.6%**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모에게 약 2억1천만원 정도는 무이자로 빌려도 괜찮다.”
왜 이런 숫자가 나오는지 계산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억원을 무이자로 빌렸다고 가정하면 적정이자율 4.6%를 적용한 연간 이익은 약 920만원입니다.
법에서 정한 기준금액 1천만원보다 작습니다.
반면 3억원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약 1,380만원이 됩니다.
기준금액을 넘어갑니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약 2억1천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2억원까지는 그냥 받아도 된다”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2억원을 그냥 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구분해야 합니다.
앞에서 계산한 것은 빌린 원금 자체에 대한 증여세 면제 한도가 아닙니다.
돈을 무상 또는 낮은 이자로 빌리면서 얻은 이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계산하는 규정입니다. 법에서도 무상대출이라면 대출금액에 적정이자율을 곱한 금액을 기준으로 증여이익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에게 2억원을 받아놓고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빌린 돈이라면 결국 빌린 돈이라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됩니다.
그럼 차용증에는 무엇을 남기는 게 좋을까?
가족끼리 돈을 빌려주는 상황이라도 일반적인 금전대차처럼 생각해보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빌려주는지, 언제 빌려줬는지, 이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원금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갚을 것인지 등을 정해두는 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실제 상환을 약정했다면 그 약정에 맞는 돈의 이동이 있어야 합니다.
현금으로 주고받으면 시간이 지난 뒤 거래를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계좌이체를 이용하면 언제 얼마를 보냈는지 기록이 남습니다.
특히 주택 구입처럼 거래금액이 큰 경우에는 처음 돈을 빌릴 때부터 자금 흐름을 정리해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아파트를 살 때는 상환 능력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연봉 4천만원인 자녀가 부모에게 5억원을 빌렸다고 해보겠습니다.
차용증에는 5년 후 전액 상환한다고 적었습니다.
종이만 보면 대여금입니다.
그런데 실제 자녀의 소득과 재산을 봤을 때 5년 뒤 5억원을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간 차용에서는 금액만 정할 것이 아니라 빌리는 사람의 실제 상환능력까지 고려해서 조건을 만드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조건을 적어놓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게 낫습니다.
부모가 나중에 “그냥 안 갚아도 된다”고 하면?
처음에는 실제로 빌린 돈이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자녀도 몇 년 동안 꾸준히 갚았습니다.
그러다 부모가 남은 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그만 갚아. 남은 건 그냥 줄게.”
이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처음의 금전대차와 이후 채무를 없애주는 행위는 별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족 간 차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작성한 차용증 한 장이 아니라 돈을 빌린 순간부터 갚을 때까지 실제로 어떤 거래가 이루어졌는지입니다.
부모에게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래는 아닙니다.
다만 증여와 차용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증여라면 돌려줄 의무가 없고, 차용이라면 갚아야 합니다.
저라면 아파트 계약을 앞두고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먼저 얼마는 증여로 받을 것인지, 얼마는 실제로 빌릴 것인지부터 나누겠습니다.
그렇게 해두면 계약금을 낸 뒤 급하게 차용증부터 만드는 상황도 피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8월 현재 법령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한 것입니다. 실제 과세 여부는 대여금액, 이자 지급, 상환기간, 당사자의 소득과 재산상태 및 실제 거래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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