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새집 정리도 어느 정도 끝났는데 어느 날 안방 벽지가 이상하게 보입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하고 천장 한쪽에는 희미하게 물이 번진 흔적도 있습니다.
집을 보러 왔을 때는 분명 없었던 것 같은데 이미 잔금도 치렀고 소유권도 넘어온 상태입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거 전 집주인이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아파트 누수는 집을 사고 나서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누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지가 바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뜯어고치기 전에 원인부터 확인하세요
누수를 발견하면 급한 마음에 벽지를 뜯거나 수리업체부터 부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윗집 배관에서 내려오는 물일 수도 있고, 내가 구입한 집의 배관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옥상이나 외벽, 공용배관처럼 아파트 공용부분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냐에 따라 책임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라면 우선 관리사무소에 상황을 알리고 확인을 요청해보는 게 좋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면 누수탐지 업체 등 전문가의 점검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집을 팔았다고 매도인이 무조건 책임지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집을 산 뒤 누수가 발견됐다고 이전 집주인이 모든 수리비를 무조건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민법 제580조에는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그 하자를 알고 있었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함께 규정돼 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실제 누수 문제에서는 언제부터 누수가 있었는지, 매매 당시 이미 존재했던 하자인지, 매수인이 알고 있었는지, 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잔금 후 누수 발견 = 무조건 매도인 책임’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알고 있던 누수를 말하지 않았다면?
매매계약서를 보면 하자에 관한 특약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계약서 한 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민법 제584조에서는 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하기 전부터 반복적으로 누수가 발생했고 매도인이 이를 알고 있었다면 단순히 면책에 관한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예전에 누수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현재의 누수까지 모두 이전 집주인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현재 발생한 누수의 원인과 매매 당시 주택의 상태입니다.
“6개월까지 전 집주인이 책임진다”는 말은 맞을까?
인터넷에서 아파트 누수를 검색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집 사고 6개월 안에 누수가 생기면 전 집주인이 책임진다.”
그런데 현행 민법 조문은 그렇게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민법 제582조에서는 제580조 등에 따른 권리를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령 : 민법 제582조(전2조의 권리행사기간)
즉 집을 산 날부터 6개월 동안 발생하는 모든 고장을 이전 집주인이 책임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특히 기준점이 단순히 매매계약일이나 잔금일로부터 6개월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 조문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월 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누수를 발견했다면 그냥 시간을 보내기보다 현재 상태를 기록하고 원인을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는 편이 좋습니다.
누수를 발견했다면 사진부터 남겨두세요
물이 번진 천장이나 벽면을 발견했다면 수리하기 전에 사진과 영상을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전체 모습도 찍고 누수 흔적이 있는 부분도 가까이에서 촬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자국이 커진다면 날짜별로 기록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현장을 확인했다면 어떤 내용을 확인했는지 기록해두고, 전문업체가 방문했다면 누수가 어디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지도 확인해봅니다.
이전 집주인과 책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누수를 발견했다는 사실도 상대방에게 알려두는 편이 좋습니다.
분쟁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면 원인과 현장 상태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전에 전부 철거하거나 수리해버리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윗집에서 내려온 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 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반드시 내가 산 집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윗집 전용부분에서 발생한 누수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용배관이나 외벽처럼 공동으로 관리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전 집주인과의 문제만 따지기 전에 누수 원인이 어느 부분에 있는지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리사무소에 먼저 연락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이 보이는 곳과 실제로 문제가 시작된 곳이 반드시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집을 사기 전이라면 흔적도 한번 보세요
아직 계약하기 전이라면 집을 볼 때 누수 여부를 한번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천장 모서리나 창가 주변에 물자국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특정 부분의 벽지만 유난히 새것처럼 보인다면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욕실과 다용도실, 베란다 주변도 같이 봅니다.
그리고 매도인이나 중개사에게 확인한 내용 가운데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말로만 듣고 넘어가기보다 계약 과정에서 기록으로 남겨두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집을 볼 때 몇 분 더 확인하는 것이 입주 후 누수 때문에 몇 주 동안 신경 쓰는 것보다 편할 수 있습니다.
누수를 발견했다면 이 순서부터 기억하세요
갑자기 천장이나 벽에서 물이 보이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원인을 확인하기 전에 무작정 공사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순서대로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현재 상태 사진·영상 기록 → 관리사무소 연락 → 누수 원인 확인 → 필요한 경우 전문업체 점검 → 관련 당사자에게 통보 → 수리 및 책임관계 협의
누수에서 눈앞의 물자국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 물이 어디에서 시작됐느냐입니다.
그리고 집을 사고 난 뒤 발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
아파트 누수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부분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와 누수 문제에 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실제 책임 여부는 누수 발생 원인과 시점, 계약 내용, 당사자의 인지 여부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이 발생한 경우 계약서와 관련 자료를 토대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법령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582조(전2조의 권리행사기간)
제584조(담보책임면제의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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