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갔는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거실에 서 있어도 자동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방 안도 조용합니다.
“여기는 소음 걱정은 없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창문을 한번 열어봅니다.
갑자기 도로에서 달리는 차 소리가 들어오기도 하고, 단지 아래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집을 살 때는 평면이나 방향, 조망은 꼼꼼하게 보면서 소음은 의외로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한번 계약하고 나면 소음은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창문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는 따로 봅니다
요즘 아파트 창호의 차음 성능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창문을 닫으면 바깥 소리가 크게 줄어드는 집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 년 내내 창문을 닫고 살지는 않습니다.
봄이나 가을에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오래 열어놓기도 하고, 여름 저녁에 창문을 여는 집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물을 볼 때는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잠시 들어보고, 다시 열어서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느껴보는 겁니다.
대로변이 아니어도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아파트 소음이라고 하면 먼저 자동차가 많은 큰 도로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단지 안에도 소리가 발생하는 곳이 많습니다.
지하주차장 출입구와 가까운 동이라면 차량이 드나드는 소리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단지 주출입구 주변에서는 차량과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많을 수 있고, 차단기나 경고음 등이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놀이터 바로 앞이라면 낮과 저녁의 분위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이나 상가가 가까운 세대 역시 실제 생활시간대의 주변 환경을 한번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도로와 멀다는 이유만으로 조용한 집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집도 한번 들어보세요
복도식이나 계단식 아파트 모두 집의 위치에 따라 공용공간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 세대라면 엘리베이터 운행 자체뿐 아니라 사람들이 기다리며 이야기하는 소리나 현관 앞을 오가는 소리가 신경 쓰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현관과 방의 배치가 잘 되어 있다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도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집 안에서 실제로 잠시 조용히 있어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집을 보러 가면 계속 설명을 들으며 움직이게 되는데, 30초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실과 방에 서 있어보면 그제야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낮 2시에 본 집이 밤에도 같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평일 낮에는 대부분 출근하고 학교에 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가 상당히 조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후 6시가 지나면 차량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놀이터에도 사람이 많아지고 배달 오토바이와 택배차량의 움직임도 달라집니다.
주변에 상권이 있다면 저녁이나 주말 분위기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에는 차량이 많은 도로가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라면 가능할 경우 시간대를 달리해서 주변을 한 번 더 가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꼭 다시 집 안까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단지 주변을 걸어보면 처음 방문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창밖을 보지 말고 아래도 한번 봅니다
고층 집을 보러 가면 자연스럽게 멀리 있는 풍경부터 봅니다.
바다나 산이 보이는지, 앞이 트여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때 창문 가까이 가서 아래쪽도 한번 보세요.
내가 보고 있는 세대 바로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놀이터가 있을 수도 있고 단지 내부도로가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지하주차장 입구나 상가의 출입구가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망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생활할 때는 바로 아래의 환경이 더 자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층이 높으면 모든 소음이 사라질까
고층이면 무조건 조용할 것 같지만 소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소음의 종류와 주변 건물 배치, 지형 등에 따라 높은 층에서도 외부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넓은 도로나 철도처럼 지속적으로 소리가 발생하는 시설이 있다면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대로 저층이라고 무조건 시끄러운 것도 아닙니다.
단지 안쪽에 위치하고 주변 차량 이동이 적다면 예상보다 조용한 집도 있습니다.
결국 몇 층이냐보다 그 집 주변에 어떤 소음원이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집을 보는 20분보다 그곳에서 보내는 몇 년이 깁니다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주방을 보고 방 크기를 확인하고 뷰를 찍다 보면 어느새 다음 집으로 이동할 시간이 됩니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집이라면 잠깐 멈춰보세요.
창문을 닫고 한번 들어보고,
창문을 열고 다시 들어보고,
거실과 안방에서 잠시 아무 말 없이 있어봅니다.
그리고 창밖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가능하다면 단지 주변을 한 바퀴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집 안의 벽지는 바꿀 수 있고 조명도 교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 앞에 있는 왕복 8차선 도로나 놀이터,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내가 옮길 수는 없습니다.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집 내부의 작은 흠집보다 이런 환경이 실제 생활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유난히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바로 판단하지 말고,
창문부터 한번 열어보세요.
그때 들리는 소리까지 그 집의 일부입니다.
※ 실제 소음 정도는 시간대와 계절, 층수, 주변 환경, 창호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을 결정하기 전에 해당 주택과 주변 환경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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