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보러 갔는데 같은 동, 같은 평형의 매물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5층이고 다른 하나는 25층입니다.
가격까지 비슷하다면 어느 집을 고르는 게 좋을까요?
보통은 높은 층에 먼저 눈이 갑니다. 앞이 탁 트여 있고 조망도 좋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살 집을 고르는 문제라면 층수가 높다는 이유 하나로 결정하기에는 생각할 게 조금 더 있습니다.
고층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조망입니다
앞에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다면 높은 층으로 올라갈수록 전망이 좋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바다나 강, 산처럼 볼거리가 있는 단지에서는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같은 아파트인데 특정 층부터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채광에서도 유리한 경우가 있습니다.
낮은 층은 앞동이나 주변 건물, 나무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높은 층에서는 이런 간섭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층 = 무조건 햇빛이 잘 드는 집이라는 공식은 없습니다.
방향이 좋지 않거나 주변에 더 높은 건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층은 생각보다 장점이 분명합니다
저층을 무조건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활방식에 따라서는 오히려 편할 수 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리는 게 싫다면 낮은 층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자주 외출하거나 반려견 산책을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는 집도 비슷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과정이 매일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단지 조경이 잘 만들어진 아파트라면 저층에서 나무와 정원을 가까이 보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신 도로나 놀이터가 가까우면 소음이 더 직접적으로 들릴 수 있고, 동의 위치에 따라 외부 시선이나 사생활 문제가 신경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층을 볼 때는 숫자보다 창문 밖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낫습니다.
의외로 무난한 중층
고층과 저층 사이에서 특별한 특징이 없어 보이는 게 중층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중층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상과 지나치게 멀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고, 저층에서 생길 수 있는 외부 시선의 부담도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망에 특별한 프리미엄이 없는 단지라면 꼭 최고층에 가까운 집만 찾기보다 중간층까지 같이 비교해볼 만합니다.
특히 같은 평형의 가격 차이가 층수 때문에 크게 벌어져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내가 그 차액을 내고 얻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0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춘다면
평소에는 별생각이 없다가 고층에 살면 크게 체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점검이나 고장입니다.
아파트마다 엘리베이터 대수와 운행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고층이라고 항상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집을 알아볼 때 세대수는 확인하면서 한 라인 또는 한 동에서 엘리베이터 몇 대를 사용하는지는 잘 보지 않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비슷한 대단지라면 이것도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층수만 보는 것보다 엘리베이터와 세대 배치까지 함께 보면 실제 거주 모습을 상상하기 쉬워집니다.
바람은 높은 곳에서 달라집니다
고층 아파트에 처음 올라가면 창밖 풍경과 함께 느끼는 것이 바람입니다.
주변 지형과 건물 배치, 계절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높은 층에서는 바람을 강하게 체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할 때 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반대로 강풍이 부는 날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층 매물을 본다면 맑고 조용한 날 한 번 방문한 경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집의 방향과 주변 환경도 같이 보는 게 좋습니다.
같은 아파트라면 가격 차이도 같이 봐야 합니다
결국 층수 선택에서 현실적인 문제는 가격입니다.
5층과 25층의 가격이 같다면 고층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선택은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층에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가 붙는다면 질문이 바뀝니다.
그때는
조망을 위해 그만큼 더 지불할 것인지,
실거주 편의성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더구나 앞이 완전히 열린 12층과 앞동에 시야가 막힌 25층이라면 숫자만으로 우열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아파트를 고를 때 흔히 로열층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 사람에게 가장 좋은 층은 반드시 가장 높은 층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침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고, 주말마다 아이와 단지를 오가고, 저녁에는 거실 창밖을 바라보는 일상이 몇 년씩 이어집니다.
그래서 집을 보러 갔다면 층수를 확인한 다음 창밖을 한번 오래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몇 층인가보다 그 높이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가 더 현실적인 기준일 수 있습니다.
※ 층별 채광·조망·소음·바람 등은 단지 배치와 주변 건물, 지형,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매물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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