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부모가 돈을 보태주는 일은 흔합니다.
예전에는 전세보증금이나 혼수 비용을 지원하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부모가 계약금이나 잔금 일부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질문도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결혼할 때 부모가 1억5천만원까지 줘도 증여세가 없다던데 정말인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일정한 조건을 갖춘 성년 자녀라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결혼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구에게나 1억5천만원이 자동으로 공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1억5천만원이라는 금액은 어디서 나왔을까?
앞선 글에서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에게 증여받는 경우 증여재산공제가 10년간 5천만원이라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여기에 혼인을 이유로 적용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제가 생겼습니다.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거주자가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증여받는 경우 최대 1억원을 추가로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이야기하는 금액이 나옵니다.
성년 자녀 기본 증여재산공제 5천만원에 혼인 증여재산공제 1억원을 더하면 최대 1억5천만원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결혼을 앞둔 성년 자녀에게 현금 1억5천만원을 증여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자녀가 지난 10년 동안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아 기본공제를 사용한 적이 없고 혼인 증여공제 요건까지 갖췄다면, 두 공제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간단해 보입니다.
문제는 언제 돈을 주느냐입니다.
결혼식 날짜가 기준은 아닙니다
“결혼식 한 달 전에 돈을 줬으니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세법에서 보는 기준은 결혼식 날짜가 아닙니다.
기준이 되는 혼인일은 혼인관계증명서에 기재되는 혼인신고일입니다. 법에서는 이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전후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먼저 하고 혼인신고를 나중에 하는 부부도 있고 반대로 신고부터 하고 예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결혼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면 예식장 예약 날짜보다 혼인신고일과 실제 증여일을 같이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부모가 각각 1억5천만원씩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금액이 커지는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아버지가 1억5천만원, 어머니가 1억5천만원 주면 3억원까지 공제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계산하면 안 됩니다.
기본 증여재산공제 역시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증여에 대해 수증자를 기준으로 한도를 적용하고, 혼인 증여재산공제도 수증자가 적용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각각 별개의 1억5천만원 공제 대상으로 보고 단순히 두 배로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과거에 부모에게 증여받은 돈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기본 증여재산공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혼인공제와 출산공제로 각각 1억원씩 받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많이 헷갈릴 만한 부분입니다.
혼인 후 1억원을 공제받고, 아이가 태어난 뒤 다시 출산공제로 1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혼인과 출산에 따른 추가 공제를 합해서 1억원 한도로 두고 있습니다.
이미 혼인으로 1억원의 공제를 모두 적용받았다면 출산했다고 해서 다시 별도의 1억원 한도가 생기는 구조가 아닙니다.
반대로 혼인 당시 공제 한도를 전부 사용하지 않았다면 출산 시점에 남은 범위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흔히 말하는 ‘결혼 1억원 + 출산 1억원’으로 이해하면 계산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계약금을 부모가 대신 내준다면?
여기서 부동산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바뀝니다.
자녀가 7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하면서 자기 돈이 부족해 부모가 계약금 7천만원을 대신 내줬다고 해보겠습니다.
부모 계좌에서 매도인이나 분양사업자에게 바로 돈이 들어갔다고 해서 증여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누구의 주택을 취득하기 위해 누구의 자금이 사용됐는지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주택을 취득하면 자금조달 과정이 남기 때문에 “부모가 대신 냈으니 내 계좌를 거치지 않았다” 정도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부모의 도움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다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자녀가 마련한 자금, 대출금, 부모 지원금을 한번 나눠서 계산해보는 게 좋습니다.
증여공제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면 그 범위도 같이 확인하는 식입니다.
결혼자금 지원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금액이 커지고 그 돈이 아파트 취득으로 이어진다면 나중에 설명해야 할 자금의 흐름도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이 얼마까지 주실 수 있느냐”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세금도 결국 그 흐름을 따라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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