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부동산 기사도 바빠집니다. 대출이자가 낮아지니 집을 살 사람이 늘고, 그 돈이 부동산으로 들어가면 집값이 오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논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금리만 가지고 설명되지 않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같은 금리를 적용받는데 어느 지역은 거래가 살아나고 어느 지역은 조용합니다. 같은 부산에서도 신축과 구축의 분위기가 다르고, 같은 동네에서도 사람들이 찾는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가 꽤 분명하게 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금리 인하 뉴스를 볼 때 '이제 집값이 오르겠구나'라고 바로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금리 1%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4억 원을 빌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다른 조건을 제외하고 단순 이자만 계산하면 연 5%의 이자는 2,000만 원입니다. 4%라면 1,600만 원이 됩니다.
1%포인트 차이인데 1년으로 보면 400만 원입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균등, 원금균등 등 상환 방식과 대출 기간에 따라 매달 내는 돈이 달라지므로 이렇게 단순하게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보고 싶은 것은 금리가 내려갔을 때 매수자가 느끼는 부담의 변화입니다.
몇억 원씩 대출을 받아야 하는 주택시장에서는 금리 변화가 결코 작은 변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은행에서 내가 필요한 돈을 실제로 빌릴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DSR이나 LTV 같은 대출 규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자가 조금 내려갔더라도 필요한 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매수자가 살 수 있는 집의 범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금리와 부산 금리가 다른 것도 아닌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생깁니다.
금리라는 큰 조건은 전국이 공유합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와 부산 아파트, 대구 아파트가 항상 같은 방향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지역마다 집이 공급되는 양이 다르고 그 집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지역 부동산을 볼 때 금리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입주 물량입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새 아파트가 계속 들어오는 지역과 신축 공급이 뜸한 지역을 똑같이 볼 수는 없습니다.
가령 부산의 마지막 신도시 택지지구로 지속적인 공급이 예정되어 있는 에코델타시티와 재개발, 재건축이 아니면 신규 공급이 힘든 해운대구를 같이 볼 수 없는 것처럼요.
이런 지역 차이를 빼놓고 기준금리 하나만으로 전국 집값의 방향을 예상하면 실제 시장과 어긋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매매가격만 보지 않고 전세도 같이 봅니다
관심 있는 아파트가 10억 원이라는 것만 봐서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 집의 전세가 4억 원인지 7억 원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세가격이 계속 올라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면 전세로 계속 살 것인지, 돈을 더 보태 매수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반대로 전세 매물이 많고 가격까지 안정적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굳이 서둘러 집을 살 이유가 없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아파트 가격을 볼 때 매매가만 확인하는 습관은 조금 아쉽습니다. 같은 기간의 전세가격과 매물 변화도 같이 열어보면 그 지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조금 더 잘 보입니다.
결국 사람이 원하는 집이어야 합니다
공급이 적다고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새 아파트가 귀하더라도 그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부족하면 가격을 밀어 올릴 힘도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직장 접근성이 좋거나 학군이 형성되어 있거나 생활하기 편한 곳에는 계속 사람이 모입니다. 교통망 하나가 새로 생겼다고 모든 아파트 가격이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제가 현장에서 특히 체감하는 부분도 여기입니다.
요즘 '브역대 신평초'라는 말은 상담받으러 오시는 고객님들도 알고 계시더라고요. 브랜드·역세권·대단지·신축·평지·초등학교,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단지는 최고의 단지가 되고 하나씩 빠질 때마다 평가가 낮아집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집을 고르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이나 직장 위치, 자녀의 나이 등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집니다. 그래도 실제 상담을 해보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조건이 겹치는 단지에 관심이 몰리는 모습은 분명히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통계표에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수자가 어떤 집에 돈을 쓰는지 이해하는 데는 꽤 유용합니다.
그래서 금리 뉴스가 나오면 이것부터 봅니다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분명 주택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저는 '금리 인하 = 집값 상승'이라는 식으로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몇 가지를 같이 확인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출금리는 실제로 얼마나 내려왔는지, 대출 한도는 충분한지, 관심 지역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파트가 들어오는지, 전세가격은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지역의 집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보는 겁니다.
여기까지 확인하면 같은 금리 인하 뉴스도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부동산 시장은 한 가지 숫자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거나 내렸다는 뉴스만 보고 급하게 판단하기보다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의 상황을 따로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URHOUSE에서는 이 중 하나씩 떼어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금리가 내려갔을 때 실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숫자를 놓고 계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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